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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친구와의 만남

BUTTONH 2020. 4. 11.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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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다 무리 지어 라이딩 하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도 친구들과 함께 라이딩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번 선거날 친구 2명이 함께 자전거를 타자고 한다.

사전투표하고 아라뱃길을 달려보자고 이야기 하길래 흔쾌이 콜을 외쳤다.

하지만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이번에 아이한다고 못 온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 둘은 그 친구가 못 나올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

결혼 후 그 친구 얼굴 보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이기에 그리고 휴일에는 만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말이나 하지 말지 늘 먼저 만나자고 이야기 하며 나올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겼다거나 어디를 급하게 가야하는 등의 핑계를 대기 시작한다.

그럴 때면 친구가 측은하게까지 느껴진다.

얼마나 같이 만나 놀고 싶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고 저렇게 이야기하는 친구의 마음은 얼마나 안 좋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단 내 친구 뿐만 아니라 대부분 결혼한 사람들은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주말이나 휴일같이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날은 더더욱 그렇다.

하긴 휴일에 혼자 외출해서 놀거나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데 좋다라는 배우자가 어디 있겠는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는 왜 그렇게 나오기 힘든지 궁금하다며 나에게 묻는다.

 

"그렇게 힘든가. 근데 넌 항상 나오잖아."

 

그렇다.

나는 항상 친구들과의 약속자리에 나간다.

이유는 나와 아내가 '허락보다 용서가 빠르다'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난 아내에게 허락이 아닌 통보를 하고 친구를 만난다.

그리고 아내는 허락해준 적은 한번도 없지만 항상 용서를 해준다.

혼나고 잔소리 듣고 짜증부리기면 그냥 혼나고 잔소리듣고 짜증을 받아주고 버티면 된다.

어떤날은 너무 심하게 짜증 부린다 싶으면

 

"나도 사랑한다."

 

라고 뜬금없이 소리치며 고백을 하기도 한다.

자기같은 여자 없다며 생색을 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모든 일에 생색은 내는 것은 내 전문이지만 아내도 꽤나 생색 좀 내는 여자라 뭐 괜찮다.

 

좀 억울한 부분은 아내도 친구를 만나거나 술을 마시러 가는 날이 있는데 통보만 하고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내가 저번에 놀았기 때문에 자기는 당당하게 나가도 된다는 건데 아내는 나에게 혼이 나지 않는다.

그리소 사실 또 아내가 없는 날은 그런 날대로 좋아 화도 나지 않는다.

조금 기분이 좋기까지 하다.

 

생각해보면 아내는 장점이 거의 없는데 용서 잘해주는거 이런게 아내의 장점인건가?

아니면 평소에 내가 착하게 집안 일을 많이 해서 용서를 해주는 건가?

 

어찌됐든 이번 선거날도 아라뱃길을 달릴 생각을 하니 너무 두근 거린다. 

(아참 참고로 사전선거 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