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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BUTTONH 2020. 3. 17.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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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온지 벌써 십년하고도 몇해가 더 지나가고 있네.

서울에 너무 살고 싶었는데 지금은 뭐 때문에 서울에서 살고 싶었는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뭐 였지?"

서울에 처음 왔을 때도 낯설지 않고 편안히 적응해 잘 살았던 것 같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게 아버지가 군인이셨다.

군인 가족이면 알겠지만 군인은 이사를 많이 다닌다.

이유는 모르지만 강원도에서 목포로 그리고 인천으로 또 어딘가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살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레 생긴다.

전학다니는게 익숙해지고 친구 사귀는게 어색하지 않아지며 고향이 어딘지 애매해진다.

어디에 있든 마음 편안히 잘 지내다가 떠나면 그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활 습관은 늘 어디론가 떠나게 되는 삶을 살게 했다.

20대가 되면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다.

국내 해외 가릴 것 없이 기회만 닿으면 떠났다.

돈이 없어도 거지처럼 아무데서나 자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도 어디든 떠났고 돈이 떨어지면 현지에서 벌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여행이 좋았고 낯설음이 설레였으며 새로운 곳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이 가슴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그러다 30대가 되자 변화가 생겼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절대 잠을 자는 것을 상상하는 것도 싫어질 만큼 집돌이가 되었다.

여행을 떠나도 당일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곳, 그리고 펜션이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오는 일정도 가지 않았다.

어떤 큰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된 게 뭐 때문인지 고민해보았다.

아마도 20대의 그 여행들은 아마도 도망이었던 것 같다.

마음이 늘 공허하고 외로운 걸 여행으로 숨기고 더 활발하고 모험심있게 보이고 싶었던 거 같다.

나는 사실 집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여행은 무슨 또 허세나 부리는 거였구만.

허세부리기를 좋아하고 아내에게 잔소리를 많이하면서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